전작주의(全作主義) 독서법

강원국 교수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쓰기 강연에서 전작주의(全作主義) 독서법에 대해 들었다. 한 작가의 작품들을 모두 읽어보는 방법이다. 작가의 문체를 여러 번 접하면서 문형을 익힐 수 있는 좋은 독서법이라고 소개해주셨다. 나는 수집욕이 강한 편이라 마음에 드는 작가-뿐만 아니라, 뮤지션, 배우, 감독-의 모든 작품을 섭렵하기를 즐긴다. 문학적 취향이 생겼을 무렵부터 지금껏 암묵적으로 전작주의 독서를 해왔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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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을 꼽는다면 무라카미 하루키, 정유정, 오지은, 박민규, 김애란, 김미월, 김금희 같은 작가들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들이 쓴 작품 대부분을 읽었다. 특히 -다른 작가에 비해 작품이 많은 이유로- 하루키의 글을 많이 읽었는데, 몇 년 전 프롤로그만 쓰고 그만둔 습작을 읽어 본 친구는 파스타와 재즈만 등장하면 하루키의 소설일 것이라 평하기도 했다. 전작주의 독서법을 통해 나도 모르게 하루키의 문체를 습득한 것이다.

창조는 모방에서부터 시작된다. 내가 새롭게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이미 거의 없다. 악기를 배울 때는 고전들을 먼저 익힌다. 고전에 있는 패턴을 익히기 위함이다. 프로그래밍도 마찬가지다. 오래된 알고리즘과 패턴들을 먼저 익힌다. 글쓰기 역시 그런 훈련을 통해 좋은 패턴들을 익히면 자연스레 좋은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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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또 한 작가를 파 보기로 했다. 유시민 작가다. 그의 문체가 간결하고 논리적인 글을 쓰고 싶은 내 욕구를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 이상한 글쓰기 세미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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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어려운 글쓰기

글쓰기는 어렵다. 항상 그렇게 생각해 왔다. 특히 글감 선택이 어렵다. “글을 잘 쓰고 싶은데… 아니 그냥 단지 글을 쓰고 싶은데… 뭘 써야하지?” 라는 고민을 오랜 시간 해왔다. 이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 글을 써보기로 했다. 그렇게 자발적인 숙제를 부여하며 연습한 결과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바쁘다고, 피곤하다고, 잘 모르겠으니 좀 더 공부를 해야겠다고, 귀찮으니 내일하자고,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내일로 내일로 미뤘다. 그렇게 또 블로그는 방치되었다. 일단 쓰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분량이 늘어난다는 것을 자발적 훈련을 통해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첫 문장을 쓰기가 두려웠던 것 같다.

 

이상한 모임의 이상한 글쓰기 세미나

이름도 이상한 이상한 모임의 글쓰기 세미나 소식을 들었을 때는 회사에서 글쓰기 교육을 들을까 말까 고민하던 시간이었다. “회사에서 글쓰기 교육을 받으면 지옥같은 숙제가 기다리고 있겠지? 그런데 숙제는 하기 싫잖아? 안될꺼야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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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라는 벽에 막혀 좌절하고 있는 와중에 이상한 글쓰기 세미나에 대해 듣게 되었고 “어머 이건 사야들어야해!”를 외치며 얼리버드로 신청해버렸다. 부담은 적고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다. 그리고 다녀왔다. 그래서 어땠냐고? 결론은 역시 마지막에 내려야 제맛이다. 우선 세미나의 내용을 내마음대로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알고 있던 내용

 1. 글은 꾸준히 써야 한다. 못쓰는게 아니라 안쓰는 것이다.
 2. 논리적인 글을 쓰자. 억지로 문학적일 필요는 없다.
 3. 자신감을 갖자. 정확히 알지 못하면 아는 것만 쉽게 풀어쓰면 된다.
 4. 완벽할 필요는 없다. 핵심을 설명할 수 있으면 된다.
 5. 비문만 없어도 괜찮은 글이 된다.
 6. 잘 쓴 글들을 읽는 것이 좋은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된다.
 7. 기록해두면 두 번 삽질할 일들이 줄어든다.
 8. 가볍게 쓰자. 최고의 컨텐츠를 만들 필요는 없다.
 9. 세상 모든 사람이 개발자는 아니다. 뱅뱅이론을 간과하지 말자.
 10. 남들이 아는 내용이라도 기록하자. 나는 몰랐던 내용이다.

 

새로 알게 된 내용

 1. 글쓰기는 개발과 비슷하다. 
    글감찾기-개요작성-집필-탈고-출판은 기획-설계-구현-테스트/리팩토링-배포로 치환할 수 있다.
 2. 가능하면 객관적으로, 경험을 쓰더라도 사실 위주로 작성하자.
 3. 간결하게 스케치하듯이 문장을 써 내려가는 것이 좋다.
 4. 의외로 영어문서를 선번역 후정독 하는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었다. 
 5. 잘 정리된 기술 블로그는 업무 매뉴얼로 사용할 수도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세션

현지환님의 “컨텐츠에 힘을 싣는 글쓰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글쓰기는 개발과 비슷하다”라니… 김나솔님의 “개발자영어“처럼 가슴에 와 닿았다. 글쓰기의 각 단계들을 개발의 단계로 치환하니 내가 늘 하던 일이 되었다. 항상 어렵게 느꼈던 글쓰기가 이 표현 덕분에 일상의 수준까지 내려왔다. 글쓰기에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는 마법의 주문같다.

나는 개발자다. 글쓰기는 개발과 비슷하다. 고로 나는 유사 글쟁이다.

프로그래밍은 프로그래밍 언어로 컴퓨터가 일을 할 수 있도록 명령서를 작성하는 일이다. 일반적인 글쓰기와 다른 점은 대상이 사람이 아닌 컴퓨터라는 것 뿐이다. 무려 컴퓨터에게 일하라고 주문서를 써주는 양반이 사람이 읽는 글을 못쓸리가 없지 않은가!

 

대부분 아는 이야기였다. 실천하지 못 했을 뿐

10년이 넘게 블로깅을 하며 고민하고 느꼈던 점들은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비슷한 해결책을 찾고 있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발표자들은 꾸준히 실천해 왔다는 것이고 나는 초의지박약인답게 반짝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즉, 오늘 얻은 결론은 “알면 하자!”다.

알았으니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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